풀프레임 대체 용도의 후지필름 X-E5 사용기
실망스러웠던 소니 A7C
정확히는 풀프레임 형식에 실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35mm 필름 형식을 디지털로 옮겨놓았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추종감도 있었고, 유명한 “APS-C로 카메라에 입문해서 나중에 풀프레임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석”이라는 말에 현혹된 배경도 있어 근 1년간 첫 메인 카메라를 풀프레임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당황스러울 정도의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큰 센서에는 큰 렌즈
제 경우 여행 등의 일상에서 사진을 툭툭 남기고 싶다는 것이 카메라를 갖게 만든 가장 큰 동기였는데, 가볍다고 평가받는 줌렌즈 SEL2070G조차 제 기준으로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특히 A7C와의 조합에서는 무게 중심이 무너져 카메라 고개가 앞으로 애매하게 숙여졌고, 걸을 때마다 바디 모서리가 몸을 찌르는 불쾌함마저 느껴졌습니다. 결국 이 조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지 강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은 SEL2860, SEL35F28Z, SEL40F25G 등 단렌즈 트리오, 그리고 빌트록스 AF 50mm F2 에어나 티티아티산 AF 40mm F2, 삼양 리마스터 슬림 시리즈 등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수광량이나 보케 등 풀프레임의 잠재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큰 센서에는 큰 렌즈가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니 풀프레임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평가되는 SEL2470GM2나 SEL2870GM 등 줌렌즈들, SEL35F14GM, SEL50F14GM, SEL85F14GM2 등 단렌즈들, 그리고 시그마 24-70mm F2.8 DG DN나 탐론 28-75mm F/2.8 Di III VXD G2 등의 서드파티 렌즈를 살펴보면 모든 렌즈가 비싸고 무겁습니다. 비싼 건 어떻게든 그러러니 하더라도 무게는 보완이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이런 렌즈는 구조적으로 스튜디오나 웨딩, 영상 등 상업촬영 수요와의 이해관계가 있으며, 비구면 렌즈나 저분산 렌즈 등 공학적 완성도를 위해 공간과 무게가 투자됩니다. 이 관점에서 풀프레임 렌즈는 앞으로도 개선은 있겠지만 획기적이진 않을 것이고, 비슷하게 출시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공학적인 아쉬움
스마트폰 카메라 스펙을 이해하기 위해 베이어 패턴, 광다이오드, ISP, 디모자이크 등 하드웨어 특성과 영상처리에 근접한 일부 요소를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풀프레임 카메라는 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라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좀 회의적입니다. 굳이 풀프레임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큰 이미지센서의 장점은 포화 용량(FWC) 확보에서 오며, 그로 인한 이점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 신호 대 잡음비(SNR)의 개선
- 다이나믹 레인지(DR) 개선
이때 핵심은 지출된 무게와 부피 대비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는지입니다. 가장 직관적인 예로, 지난 3년간 체감했던 것은 갤럭시 S22 울트라 정도의 폰카로도 인상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이즈는 광량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문제되지 않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AI 디노이즈 등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큰 센서가 독점하는 이점은 DR 하나인데 그것조차 일상적인 조건에서는 그다지 절실하지 않고, 정적인 환경에서는 HDR 병합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아쉬움
그렇다면 카메라의 존재의의는 실용주의보다는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 또는 카메라 고유의 독특한 촬영 경험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그래서 촬영 경험에 집착과 개성을 줄 수 있는 자이스 록시아 2/35, 2/50 등의 수동렌즈를 최근 찾아봤고 구입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며 포기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소니 A7C를 사용하는 경험이 충분히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소니 카메라는 사용하면 할수록 사진을 찍는 즐거움보다 효율성, 공학적 완결성, 그리고 상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DNG 형식의 로우 파일을 컴퓨터에서 보정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이, 의무처럼 강제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색보정 작업은 분명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재밌는 연장선이지만 이 작업 파이프라인이 반복되는 것은 조금 버거웠습니다.
괜찮은 매물의 등장
소니 A7C에 회의감이 있던 중에 작년 10월, 당근마켓에서 300컷대 X-E5와 티티아티산 27mm F2.8 렌즈 및 기타 구성품을 일괄 190만원에 판다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사실상의 새 상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판매자분을 만나 물건을 자세히 보니 흠집 하나 없었고, 투명 스킨, 액정 보호필름, 소프트 버튼과 블랙 미스트 필터 등을 포함하는 조건이었어서 판매자분께 왜 이 가격에 판매하게 되었는지 살짝 여쭤봤는데,
“캐논 풀프레임을 사용중인데 좀 이질적이어서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귀찮아서 싸게 올렸다”
좀 쿨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겉보기로는 나이가 좀 있으신 것 같아 보였는데, 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갖게 되신 것은 제가 추측하기로 후지필름 카메라 실물이 최근의 명성에 비해 빈약하고 장난감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물건을 괜찮은 조건으로 구할 수 있어서 제게는 좋은 기회였고, 판매자분께 몇 가지 주의사항과 설명을 들으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후지필름 X-E5의 첫인상
색상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니 A7C와 유사합니다. 컴팩트가 제품을 정의하는 주요 키워드고, 일반적인 DSLR형 대신 RF 카메라 형태를 지향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236만 화소의 작은 EVF가 달려있다는 것까지 닮았습니다. EVF 배율조차 0.62배로 0.59배인 A7C와 거의 비슷합니다.
긍정적인 부분
후지필름 카메라라고 하면 뒤떨어지는 스펙을 감성으로 채우는 브랜드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스펙시트상으로는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기존에 쓰던 소니 A7C 대비 좋아진 부분만 1:1로 추려내도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소니 A7C | 후지필름 X-E5 |
|---|---|
| 24.2MP | 40.2MP |
| 전자식 선막 셔터 | 풀 기계식 셔터 |
| 5스탑 손떨림 보정 | 7스탑 손떨림 보정 |
| 최대 4K 30FPS 촬영 | 최대 4K 60FPS 촬영 |
| 2개의 커스텀 버튼 | 4개의 커스텀 버튼 |
| 509g의 바디 무게 | 445g의 바디 무게 |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은 풀 기계식 셔터입니다. 젤로현상, 보케잘림과 같은 품질상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X-E5에서는 풀 기계식 셔터 말고도 기존의 전자식 셔터와 전자식 선막 셔터 모드를 모두 지원하므로 A7C에 비해 무조건 유리하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좀 더 완성형 카메라처럼 느껴집니다.
이외에 만족스러운 요소는 손떨림 보정과 많아진 커스텀 버튼 개수입니다. A7C에서는 둘 다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손떨림 보정의 경우 1/60s에서도 흔들리는 사진이 자주 보일 정도로 신뢰도가 낮았던 것에 비해 후지필름 X-E5에서는 1/30s 조건으로도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6-02-21 업데이트됨!
- 몇 달 더 사용해보니 레트로한 디자인이 이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단순이 예뻐서가 아닙니다. 작고 가벼운 단렌즈와의 조합에서는 스마트폰 급으로 이목을 끌지 않고, 그 덕에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걸고 걸어다녀도 오해를 잘 사지 않습니다. 사진 촬영의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 40.2MP의 고화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2배 크롭, 즉 면적으로 1/4까지는 잘라내도 무리했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12MP, 24MP 환경의 사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입니다.
부정적인 부분
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 또한 1:1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가격이 높은 만큼 카메라로서 의외로 준수한 모습입니다.
| 소니 A7C | 후지필름 X-E5 |
|---|---|
| 2280mAh | 1260mAh |
| 방진방적 있음 | 방진방적 없음 |
| 5.94µm의 픽셀 너비 | 3.04µm의 픽셀 너비 |
| AF 신뢰도 높음 | AF 신뢰도 보통 |
| 렌즈 선택지 많음 | 렌즈 선택지 적음 |
이중 배터리는 조금 치명적입니다. 1260mAh는 소니 A7C에서 사용하던 NP-FZ100 배터리에 비해 절반 정도 되는 배터리로 객관적으로 낮습니다. 최근 출시된 소니 RX1R3 등에서도 비슷한 설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물리적 한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배터리가 이렇게 빨리 닳아도 되는건가 싶은 당혹스러움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짚고 싶은 점은 방진방적의 부재입니다. 정말 이 카메라여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부분입니다. 바디만 정가 204.9만원인 2025년의 중고급 카메라인데도, 후지필름에서도 거의 비슷한 포지션의 X100VI이나 동일 가격대의 자사 경쟁 제품 X-T5나 X-T50에도 있는데 X-E5에는 없습니다. 카메라가 금방 망가지지야 않겠지만 불안요소입니다.
2026-02-21 업데이트됨!
- 좀 더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DR이 좁습니다. APS-C라서인지 후지필름이라서인지, 크롭 센서도 센서가 큰 편이니 괜찮으리라는 기대감에는 한참 미달합니다. 스마트폰 수준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조금 더 다양하게 써봐야 정확한 감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6-03-04 업데이트됨!
범인은 필름 시뮬레이션입니다. DR이 나빠 보이는 것은 특유의 컬러사이언스에 의한 착시이고, 톤곡선을 조정하면JPG에서도 기대에 걸맞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AW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덤입니다.- AF가 확실히 답답합니다. 후지필름 카메라가 5세대까지 오면서 쓸만한 정도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이 보이지만, 그 쓸만함이라는 것은 정말 오래 전부터 카메라를 사용해온 분들의 주관적인 평인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급형 스마트폰보다도 조금 부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따로 특기할만한 점
디자인과 빌드퀄리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입니다. X-E5는 예쁘게 생긴 카메라라는 것을 떠나 다른 카메라와 구별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먼저 알루미늄으로 가공된 제품의 상부가 눈에 띕니다. 전통적인 마그네슘 합금보다 저렴한 소재이긴 하지만 애플 또는 뱅앤올룹슨 제품을 보는 것 같이 예쁘고, 손에 닿았을 때에도 적당한 금속의 질감이 전달됩니다.
셔터스피드 다이얼은 X-E4, X100VI, X-Pro 3 등 이전 모델과 달리 본체에 파묻히지 않고 온전히 드러나게 되면서 기하학적인 인상을 전달합니다. 그러면서 헤어라인이 있거나, 다이얼이 남발되는 것 없이 최소주의 기조를 잘 보존하여 깔끔한 인상을 전달합니다. 이는 라이카 M, Q 시리즈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인데 최근에 출시된 라이카 M EV1가 전자식 뷰파인더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서로 꽤 근접해있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딱 하나, 그립을 위해 돌출된 부분은 개인적으로 옥의 티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잡았을 때 안정적이라는 장점과는 별개로 디자인적 완성도는 전작 X-E4나 니콘 ZFC와 같이 매끈한 편이 더 좋았습니다. 전작과 같이 확장그립을 별매로 판매하는 형태였다면 좀 더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026-02-21 업데이트됨!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바디는 겉보기에는 정말 멋있으나 단단한 느낌은 부족합니다. 흔히 사용되는 마그네슘 합금에 비하면 종잇장 같은 느낌이고,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맥북을 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클래식 디스플레이
X-E5에서 도입된 새 뷰파인더 인터페이스 모드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5세대 바디의 40MP 고화소 센서의 이점을 활용해 화각 밖의 영역도 시야에 보이는 OVF 탑재 카메라의 사용 경험을 흉내낸 것인데, 기술적으로는 2배 줌이나 풀프레임 카메라의 APS-C 모드 등 단순 크롭에 불과한 것이지만 후지필름에서는 멋지게 재해석되었습니다.
여기에 1.4배와 2배로 크롭해서 사용하는 디지털 텔레 컨버터 기능까지 조합하면 RF 카메라 촬영 경험을 거의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습니다. X-E5는 고화소의 여유가 있어 1.4배로 크롭해도 약 20.5MP, 2배로 크롭하면 10MP 정도의 유의미한 화소가 나와서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이 기능과 조합해서 사용하기 좋은 화각은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1배 APS-C 화각 | 1배 35mm 환산화각 | 1.4배 35mm 환산화각 | 2배 35mm 환산화각 |
|---|---|---|---|
| 18mm | 27mm | 37.8mm | 54mm |
| 23mm | 34.5mm | 48.3mm | 69mm |
| 35mm | 52.5mm | 73.5mm | 105mm |
후술하겠지만 X-E5와 함께 출시된 XF 23mm F2.8 R WR가 번들킷 렌즈로 함께 판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배, 1.4배, 2배에 대해 화각이 35mm로 환산했을 때 각각 35mm, 50mm 70mm로 완벽합니다. 이는 단렌즈의 한계를 부분적으로나마 보완한 X100VI와 같은 접근이고, 그 덕에 최소 조리개값이 0.8 차이나는 것을 제외하면 촬영 경험이 거의 유사합니다.
필름 시뮬레이션
필름 시뮬레이션은 후지필름 카메라의 정체성과 다름없지만 제게는 회의적으로 보였습니다. 먼저 기술적인 면에서 단순히 톤 곡선과 색상값에 대한 프리셋일 뿐이고, 결과물도 실제 필름과는 조금 판이합니다. 또, 저와 같이 RAW 파일을 색채 전문적으로 보정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정해진 색감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가벼운 JPG 직출 기능로서도 좋았고, 결과물 자체도 예쁘게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거기에 필름 롤 제조회사가 자사 제품의 색감을 직접 옮겼다는 상상을 더하니 꽤 재밌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후지 레시피는 막연히 설정값을 커스텀할 수 있는 기능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레인, 화이트밸런스, 톤곡선, 선명도, 노이즈감소 등 커스텀 자유도가 좋은 편이라 필름시뮬레이션의 활용도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와 관련해서 Fuji Weekly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찾아 적용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X-E5는 5세대 바디이므로 X-Trans V Recipes를 이용했고, 시험삼아 California Summer나 Kodak T-Max 100 Soft Tone 등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적용해보고 있는데 “정말 필름같이 감쪽같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독특하고 재밌습니다.
아쉬운 제품설계
뷰파인더 센서가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과 매우 근접해있는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오류입니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변경할 때마다 간섭이 생겨 전자식 뷰파인더가 켜지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얼은 정작 가까운 왼손으로는 힘들고 멀리 떨어져 있는 오른손으로 신경써서 조작해야 합니다. 센서가 뷰파인더 왼쪽에 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마 공간이 부족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설계 오류로 보입니다.
다이얼을 돌리는 감각이 제 기준으로는 충분하게 단단하지 않습니다. 셔터스피드 다이얼, 노출 보정 다이얼,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 모두 토크에 따른 저항력이 모두 다른 느낌입니다. 특히 필름 시뮬레이션 다이얼의 경우 좀 느슨해서 종이와 골판지를 만지는 것 같은 조작감을 받았습니다.
XF 23mm F2.8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렌즈입니다. 장점은 장점 나름이지만 단점도 장점 못지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빌드퀄리티, 조작감, 해상력과 같은 기본기가 탄탄하지만 감성으로 치부하기에는 AF가 발목을 잡습니다. 초점을 맞출 때마다 렌즈 외부가 물리적으로 움직이고 큰 기계적 소음이 발생합니다. 그 정도가 2025년의 렌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해서 영상용으로는 큰 애로사항이 있는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비교군이 타사 렌즈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니 E마운트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는 단렌즈, SEL35F28Z나 G 트리오의 경우에는 어딜 보더라도 최소기준을 잘 충족합니다. 그리고 이 점이 더 큰 아쉬움으로 작용합니다. F2.8부터 왜곡과 색수차 걱정 없이 40.2MP 고화소에 대응하는 해상력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왜 AF 모듈 설계에 충분한 신경을 안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창경궁, 창덕궁과 국립민속박물관. 날 것 그대로의 스냅 사진들
와중에 X-E5에 사용할만한 렌즈는 꽤 후하게 찾아봐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티티아티산 27mm F2.8이 그렇게 좋은 물건이 아닌데 이 렌즈를 많이들 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X-E5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찾아보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전에 소니를 사용할 때 자주 참고했던 SonyAlphaBlog의 Which Lenses are best for A6xxx – Part 1 : Introduction & Summary를 최대한 이용했고, 네이티브 렌즈에 대해서도 MTF차트와 각종 리뷰로 최대한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다음 정도가 눈에 띕니다.
- 네이티브
- XC 13-33mm F3.5-6.3
- XF 16-50mm F2.8-4.8 R LM WR
- XF 23mm F2 R WR
- XF 23mm F2.8 R WR
- XF 50mm F2 R WR
- 서드파티
- 시그마 18-50mm F2.8
- 티티아티산 50mm F2
- 7아티산 AF 35mm F1.4
한편, 4달간 사용해본 결과 어느 정도의 감이 서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립과 실망 사이 그 어딘가입니다. 사용 경험을 요약하면 ‘분명 사용하기 재미있지만 어딘가 좀 물렁한 카메라’ 정도입니다. 크기와 무게, 감성 면에서 소니 A7C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화질과 신뢰성 면에서 생각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2020년과 2025년 카메라의 비교이므로 최근의 풀프레임 카메라와 비교하면 격차가 꽤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