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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 유저의 소니 A7C 사용기

폰카 유저의 소니 A7C 사용기


폰카를 대신할 카메라를 찾자

기술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다 보니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화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디테일과 다이나믹 레인지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현재 사용중인 S22 울트라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카메라가 강점인 모델로 4개 카메라에 무려 1억 8백만 화소를 자랑하는 기종이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폼팩터상의 한계로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겪습니다.

  1. S22 울트라는 환산화각 13mm, 23mm, 69mm, 230mm 4가지만을 지원합니다. 표준화각이라 불리는 35mm와 50mm 두가지 화각이 모두 없습니다.
  2. RAW 출력은 광각과 초광각은 12MP로, 두 개의 망원은 10MP로 제한되어 화소가 조금 낮습니다. 광각 108MP의 경우 RAW 출력을 할 수 없습니다.
  3. 두 개 망원의 센서와 렌즈 모두 아쉽습니다. 센서는 1/3.55”로 크기가 매우 작고, 렌즈는 F2.4, F4.9로 어두우며 품질은 10MP도 온전히 다 사용하지 못하고 흐릿합니다.

물론, 스마트폰 폼팩터에서 4개 화각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로 제공한다는 것은 어렵고 대단한 일입니다. 다만 저는 1.스마트폰으로, 2.사진을, 3.계속 찍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쉬움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진짜 카메라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소니 A7M4, ZV-E10, A6400, 루믹스 S5 등 여러가지 모델을 살펴보다, 2025년 오늘날 가성비가 괜찮은 풀프레임 카메라로서 소니 A7C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단 구매는 했는데

a7c-preview 소니 A7C와 SEL2860

연말을 맞아 스스로에게의 선물을 준비하는 겸 소니 A7C를 중고로 구매했는데, 이리저리 만져보다 든 첫인상은 좀 묵직하고 무겁다는 겁니다. 가볍고 작은 풀프레임 카메라로 홍보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렌즈가 없는 본체는 벽돌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지 않고 여전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급하게 SEL2860 번들렌즈를 구한 뒤 기대감을 안고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다소 평범하게 찍힙니다. 번들렌즈의 조리개가 어두운 탓인지 ISO와 셔터스피드를 동일하게 맞추고 촬영하면 스마트폰이 훨씬 밝게 찍히고, ISO 조절을 통해 노출을 비슷하게 맞추고 찍으면 사진 결과물에 노이즈가 조금씩 발생해서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진 결과물은 분명 스마트폰보다 좋기는 하지만 보케나 디테일이 압도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진을 찍는 경험 또한 카메라를 사용해야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경험을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찍고 싶은 물체를 먼저 발견한 뒤에 구도를 잘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같고, 그 과정에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달리 물리 버튼으로 조작을 하게 되고 전자식 뷰파인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그 경험이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불편해진 점도 있습니다. 액정만 보더라도 2020년도에 출시된 전자기기 치고는 품질도 좋지 않고 베젤도 굉장히 넓으며 특히 화면이 작기 때문에 LCD를 보고 사진을 찍을 때 스마트폰보다는 집중을 요구했습니다. 터치는 제한적이고, 소프트웨어 반응속도는 한 박자 느린 감이 있어서 예를 들어 수평계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로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 손에 들린 스마트폰과 사용 경험이 이렇게 크게 차이나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sample-image 샘플 이미지. 찍고보니 초점이 나가있었음.

그래도 원래 제품을 처음 받고 난 직후에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보이다가도 사용하다보면 서서히 진가를 느끼게 되듯, 우선은 이곳저곳 사용해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특히 SEL2860 렌즈가 조리개값이 매우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다른 렌즈로도 사용해봐야 이 제품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아쉽다

사실 요즘 스마트폰 개발 동향을 보면 굳이 카메라를 사야 할까 싶을 정도로 전통적인 카메라 회사들이 모바일 카메라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원플러스에는 핫셀블라드 로고가 찍혀 나오고, 샤오미와 비보는 아예 라이카 주미룩스나 자이스 렌즈를 달고 있죠. 소니 엑스페리아의 경우 AF 성능, 모바일 전용 크리에이티브 룩 등 소니 알파로부터 축적된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특히 풀프레임 카메라는 그 크기 때문에 일상용으로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담이 있는 만큼 카메라를 사서 사용할 거라면 차라리 외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직구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최근 유행한 후지 X100VI, 리코 GR3 등을 보면 소니 A7C는 아무리 작다 한들 여전히 크고 무거운 카메라였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아직 가볍게 찍고 다니자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쉬운 렌즈 탓인지 정말 확연하게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충분히 사용해보지 않은 만큼 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지는 당분간 신중히 잘 사용해보면서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대로 막상 쓰다보니 좋은 듯

2025/06/09 추가됨!

왜냐하면, 요 반 년 동안 SEL35F28Z, SEL2070G 등 몇 개 다른 렌즈를 사용해봤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니는 것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로, 애당초 서로 같은 비교군이 아닙니다.

풀프레임 카메라로서의 A7C는 다음이 만족스러웠습니다.
  • DR이 매우 넓고, 보정관용도가 훌륭합니다. 얼핏 보면 스마트폰의 12MP에 비해 겨우 두 배 면적인 2420MP는, 사실 좋은 렌즈를 사용한다면 두 배 이상의 디테일 향상을 보여줍니다. 보다 정확히는, 주어진 화소를 끝까지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어떤 렌즈와 함께 사용하느냐에 따라 잠재력이 상당합니다. 사실, 사진의 결과물은 카메라 본체보다는 렌즈가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에는 렌즈교체 과정이 없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이런 점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 카메라와 렌즈의 조합이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매우 불편합니다. 사실상 무게중심이 불안정한 1kg짜리 아령을 목에 걸고, 또는 손으로 들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 비슷한 맥락에서, 크고 무거운 카메라는 그 자체로 타인의 시선을 매우 잘 끌고 다닙니다. 사실, 스마트폰은 이 문제에서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 크게 역체감이 듭니다.

문제는 아쉬운 점이 단순히 “아쉽다”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일부로 챙겨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쉽지 않습니다. 가방에 넣으면 노트북이나 태블릿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공간을 차지하고, 주섬주섬 꺼냈다가 주섬주섬 다시 넣는 과정 자체가 불편합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사진을 찍고 보면 품질이 또 괜찮아서 나름 만족하게 되는데, 그래서 다음에 또 카메라를 들고 나가려고 하면 피곤함이 조금씩 몰려옵니다.

A7C, 또는 더 넓게 봐서 풀프레임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비교하자면 어정쩡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때그때 주머니에서 꺼내서 사용할 수도 없는 대신 결과물에 대한 신뢰감이 있고, 크고 무겁고 아무데서나 꺼낼 수 없지만 이 신뢰감 하나로 가방의 빈 공간을 내줄 가치가 간신히 있는 정도입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