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폰카 유저의 소니 A7C 사용기

폰카 유저의 소니 A7C 사용기

폰카를 대신할 카메라를 찾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진짜 카메라로 찍으면 이것보다 더 좋게 나오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 덕에 카메라를 알아보았습니다. 소니 A7M4, ZV-E10, A6400, 루믹스 S5 등으로 쟁쟁한 후보 속에 한 개 카메라를 골랐는데요, 소니 A7C입니다.

소니 A7C는 풀프레임 규격의 카메라 중에서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소주의, 경박단소한 모습으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자식 뷰파인더도 생략하지 않고 RF 카메라 스타일로 제공하고 있었고, 화소는 일상용으로 과하지 않게 딱 적절한 수준의 2,410만화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후속작 A7C2가 출시된 상황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A7C가 더 얇고 가벼우며 배터리도 오래 가죠. 무엇보다 1세대 제품의 낭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단 구매는 했는데

a7c-preview 소니 A7C와 SEL2860

연말을 맞아 스스로에게의 선물을 준비하는 겸 소니 A7C를 중고로 구매했는데, 이리저리 만져보다 든 첫인상은 좀 묵직하고 무겁다는 겁니다. 가볍고 작은 풀프레임 카메라로 홍보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렌즈가 없는 본체는 벽돌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지 않고 여전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우선 기대감을 안고 사진을 찍어보니 굉장히 어둡게 찍힙니다. ISO와 셔터스피드를 동일하게 맞추고 촬영하면 스마트폰이 훨씬 밝게 찍히고, ISO 조절을 통해 노출을 비슷하게 맞추고 찍으면 사진 결과물에 노이즈가 조금씩 발생합니다. 이런 당황스러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잘못된 제품을 가지고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천천히 찾아보니 그보다는 어두운 조리개를 가진 번들렌즈 탓인 것 같습니다. 사진 결과물은 분명 스마트폰보다 좋기는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고,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진을 찍는 경험 또한 카메라를 사용해야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경험을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찍고 싶은 물체를 먼저 발견한 뒤에 구도를 잘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같고, 그 과정에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달리 물리 버튼으로 조작을 하게 되고 전자식 뷰파인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그 경험이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특징은 아니라는 감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액정만 보더라도 2020의 전자기기 치고는 품질도 좋지 않고 베젤도 굉장히 넓으며 특히 화면이 작기 때문에 LCD를 보고 사진을 찍을 때 비교적 가까이 가져와야 했습니다. 터치는 제한적이고, 소프트웨어 반응속도는 한 박자 느린 감이 있어서 예를 들어 수평계를 사용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카메라로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할 것은 아니지만 같은 전자기기 제품군에서 첫인상이 제 손에 들린 스마트폰과 경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는 것은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sample-image 샘플 이미지. 찍고보니 초점이 나가있었음.

그래도 원래 제품을 처음 받고 난 직후에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보이다가도 사용하다보면 서서히 진가를 느끼게 되지 않던가요. 우선은 이곳저곳 사용해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특히 SEL2860 렌즈가 조리개값이 매우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다른 렌즈로도 사용해봐야 이 제품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좋은 첫인상도 있었는데요,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가 훨씬 낫기 때문에 사진이 보정을 더 잘 버텨줍니다. 특히 망원단으로 갈수록 환한 주간에서조차 노이즈가 잔뜩 끼는 스마트폰과 다르게 A7C의 결과물은 명부, 암부 할 것 없이 깨끗하고, 또 복원력도 좋았습니다. 또한 이제 28mm부터 60mm까지 줌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스마트폰에서 사용해보기 힘든 35mm, 50mm을 포함한 다양한 화각으로 사진을 찍을 있다는 점은 단렌즈 3, 4개로 사진이 제한되던 저에게는 너무 반갑고 유용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이미지센서의 비율이 3:2라는 건데, 35mm 필름 포맷이 원래 이런 규격이었는지 늘 찍어오던 4:3과 비율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AW 용량의 경우 의외로 한 장당 25MB 내외로 12MP 기준 스마트폰과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후회되는 선택이 아니기를

사실 요즘 스마트폰 개발 동향을 보면 굳이 카메라를 사야 할까 싶을 정도로 전통적인 카메라 회사들이 모바일 카메라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원플러스에는 핫셀블라드 로고가 찍혀 나오고, 샤오미와 비보는 아예 라이카 주미룩스나 자이스 렌즈를 달고 있죠. 소니 엑스페리아의 경우 AF 성능, 모바일 전용 크리에이티브 룩 등 소니 알파로부터 축적된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특히 풀프레임 카메라는 그 크기 때문에 일상용으로 가볍게 사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담이 있는 만큼 카메라를 사서 사용할 거라면 차라리 외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직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후지 X100VI나 리코 GR3 등을 보면 소니 A7C는 아무리 작다 한들 여전히 크고 무거운 카메라였으니까요.

그러니 A7C를 선택한 저는 접근성을 포기하더라도 사진 퀄리티와 카메라 특유의 질감을 더 높게 쳐준 셈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직 가볍게 찍고 다니자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쉬운 렌즈 탓인지 정말 확연하게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충분히 사용해보지 않은 만큼 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지는 당분간 신중히 잘 사용해보면서 알아봐야겠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