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그림 아카이브입니다. 올린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의 분량이 정말 곱절은 더 많은데 사생활, 소재 중복, 부끄러움 등의 이유로 대거 쳐내고 몇 가지만을 추려 올립니다. 비용상 문제로 스캐너 대신 디지털 카메라와 후보정을 이용했으며, 광원 통제의 한계로 노이즈가 있습니다. 설명은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미지 캡션에 각주로 연결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20260629_100630아무의미 없는 3컷 만화1 그림이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는 시기로 겉으로는 아직은 초등학생 시절 그림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수련회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거나, 등교 후 아침조회를 마칠 때까지의 시간, 쉬는시간과 점심시간 등 짬시간에 뭔가를 계속 그린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큰 애착이 생겨나던 것으로 보입니다.

20260629_100707이때부터 시험범위가 공책에 보이기 시작함

20260629_134617밑그림 위에 볼펜으로 선 따서 그렸던 거

20260629_100757이런 식으로 연습삼아 그린 적이 잘 없음

20260629_100911메모가 부끄러워서 올릴까말까 고민함2 이런 부분이 올릴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때와 지금의 정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고작 저 정도의 그림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릴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뿐만이 아니라 저 나이대의 모두가 저런 구석이 있으니까요. 이와는 별개로 그림 자체는 간만에 잘 그려졌다며 뿌듯해했습니다.

20260629_100954러시아어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3 2015년 10월에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거나 해외로 나가게 된 것도 아니지만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를 어렸을 때부터 흥미있게 생각했던 탓에, 그냥 알아가고 싶어서, 그중에서도 러시아어가 배우기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멋져보여서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그림 옆에 아무 말 모를 러시아어 낙서가 간간히 보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20260629_101115지금은 거의 다 까먹음4 러시아어를 배워서 가장 좋은 점은 관심사가 언어학과 인문학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 관심을 보다 통시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언어학은 비교언어학의 관점에서 러시아어를 인도유럽어족, 발토슬라브어군, 슬라브어파, 동슬라브어군으로 분류하는데, 이로부터 각 분류군에 속한 친족어는 뭐가 있을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어쩌다 언어가 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까와 같은 관심사가 생겨났습니다. 키릴 형제, 타타르의 멍에, 고려인 당근김치, 이스라엘의 러시아계 유대인, 소련 멸망 직후 90년대 러시아의 혼돈상, 보다 구체적으로는 폴란드어 인삿말 Cześć가 명예를 뜻하는 러시아어의 단어 Честь와 같은 뿌리라는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와 키예프 루스라는 중세 국가를 공유한다는 것 따위를 알고 있는 이유입니다.

20260629_101036동구권 총기 그림도 그리기 시작함

20260629_101546이때부터 주변에 러시아어 표현이 덩달아 등장함5 밀리터리 그림을 주로 그린 것은 배틀필드 등 FPS 장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는 전투소녀연대라는 앤솔로지 프로젝트, 그리고 그 주축이었던 KWS, 시노 등 몇몇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이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이 본인이 신경을 써서 그렸다고 말하는 피카티니 레일, 군장, 복장 주름 묘사 등을 의식해 그렸고, 뿌듯함을 따라 느꼈습니다.

중학교 2학년

20260629_1016372010년대 중반 사회 정서가 잘 드러나는듯6 이 시기에 그림을 정말 많이 그렸습니다. 특히 2016년의 여름방학에는 얇은 그림 연습장의 매 페이지를 여백없이 꽉 채워서 그려서 세 권 정도를 쌓아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집착이 강한 시기였고 그만큼 결과물을 많이 남겼는데, 고등학생 때 공책을 잃어버려 함께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20260629_101739아마 기술가정 교과목 시험범위였던 것 같음

20260629_101818스넬의 법칙 미리보기

20260629_101853당시 언더테일 인기가 대단했음7 밀리터리 그림이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 맥락을 갖게 되는 것도, 진부한 밀리터리를 벗어나 언더테일 등 다른 그림 소재가 등장하는 것도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저 말고 다른 반 친구들도 좋아해줘서 자주 그렸고, 같이 올리지는 않았지만 겐지나 바스티온 등 오버워치 영웅을 그리면서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60629_102118가스터, 언다인

20260629_102153와 샌즈

20260629_135303아마 무슨 그림 모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20260629_140216몇 없는 완성형 그림

중학교 3학년

20260629_1022552017년은 그림체 성숙기8 중학교 3학년은 기억이 가장 선명한 시기입니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학교다운 학교에서 학생다운 학생으로 안정되게 살아간 마지막 해인 것 같아 특히 애착이 있습니다. 그림 속 정서에서도 주황 빛깔의 안정된 분위기가 유독 보입니다. 소재와 그림 구성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있고, 삶의 여유 덕인지 개드립이 곳곳에 적혀 있습니다.

20260629_102320구도 같은걸 새로 시도해봤던듯

20260629_102403오버워치가 그림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함

20260629_102439실사 그림체 엿보기

20260629_102557뭘 많이 그렸음

20260629_102624중3이라서 제곱근을 배움

20260629_102729반 여사친이 유심히 보고 가던 그림9 2학기 가을의 어느 오후에 남자 셋, 여자 셋 정도 모여 떠들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때, 그중 한 명이 이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나중에 경찰이나 하는건 어떨까”라고 조용히 읊조리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이 그림이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20260629_1027562010년대 분위기의 골자는 맥락보다 창의성이었던 것 같다

20260629_102903같은 반에 그림쟁이가 나 말고 둘 씩이나 있어서 좋았음

20260629_103047또 다른 완성형 그림

20260629_103304밀리터리 그림도 슬슬 성숙한 느낌이 남

20260629_103332잭 오 랜턴

20260629_103721진짜 개드립이 최대로 난무하던 시기

20260629_103825공부 잘 하던 같은 반 다른 여사친이 그린 거

20260629_104301확실히 1학년 때보다 볼만함

20260629_104349그림 소재가 좀 재밌는 편인듯

20260629_104416할 게 없을 때 등장하는 그림

20260629_104446정말 그릴 것이 없을 때 등장하는 그림

20260629_104508그릴 것이 화가 날 정도로 없을 때 등장하는 그림10 아카이브로 남기는 도중 고등학생 때의 연습장도 같이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릴 게 없을 때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은 중3때 처음 등장해 고등학생 때를 거쳐 비교적 최근인 2022년경까지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의 첫 번째 디지털 드로잉 모음 글에서도 초안부터 함께한 이미지 캡션 중 ‘진짜 할 거 없을 때 그리는 그림’이 있고, 아마 그 연장선입니다. 어떤 무의식을 발견한 것 같아 놀랐습니다.

20260629_104528오징어버터구이 완성

20260629_104643커피 쏟는 만화

20260629_104738이제 좀 봐줄만한 그림체로 저런 거 그림

20260629_140117일상을 무슨 기분으로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남

20260629_141025판타지스러운 거

20260629_141036청소 있는 7교시

20260629_141045과목중에 중국어가 있어서 앜吗

20260629_141109전신 그림이 은근 자주 나옴

20260629_141155강렬한 눈빛으로 풀무장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군인11 예나 지금이나 그림체, 선을 다루는 역량은 이 시기에 거의 완성되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향후 2년 안에 고등학생 때 그림도 마찬가지로 아카이브화해서 올리겠지만 중학교 3년동안의 변화만큼 큰 차이는 잘 없습니다. 아마 지금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고등학생이어서 여유가 없던 탓도 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작은, 그리고 짧은 변곡점이었습니다.

주석

Footnotes

  1. 그림이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는 시기로 겉으로는 아직은 초등학생 시절 그림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수련회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거나, 등교 후 아침조회를 마칠 때까지의 시간, 쉬는시간과 점심시간 등 짬시간에 뭔가를 계속 그린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큰 애착이 생겨나던 것으로 보입니다.

  2. 이런 부분이 올릴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때와 지금의 정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고작 저 정도의 그림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릴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뿐만이 아니라 저 나이대의 모두가 저런 구석이 있으니까요. 이와는 별개로 그림 자체는 간만에 잘 그려졌다며 뿌듯해했습니다.

  3. 2015년 10월에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거나 해외로 나가게 된 것도 아니지만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를 어렸을 때부터 흥미있게 생각했던 탓에, 그냥 알아가고 싶어서, 그중에서도 러시아어가 배우기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멋져보여서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그림 옆에 아무 말 모를 러시아어 낙서가 간간히 보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4. 러시아어를 배워서 가장 좋은 점은 관심사가 언어학과 인문학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 관심을 보다 통시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언어학은 비교언어학의 관점에서 러시아어를 인도유럽어족, 발토슬라브어군, 슬라브어파, 동슬라브어군으로 분류하는데, 이로부터 각 분류군에 속한 친족어는 뭐가 있을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어쩌다 언어가 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까와 같은 관심사가 생겨났습니다. 키릴 형제, 타타르의 멍에, 고려인 당근김치, 이스라엘의 러시아계 유대인, 소련 멸망 직후 90년대 러시아의 혼돈상, 보다 구체적으로는 폴란드어 인삿말 Cześć가 명예를 뜻하는 러시아어의 단어 Честь와 같은 뿌리라는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와 키예프 루스라는 중세 국가를 공유한다는 것 따위를 알고 있는 이유입니다.

  5. 밀리터리 그림을 주로 그린 것은 배틀필드 등 FPS 장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는 전투소녀연대라는 앤솔로지 프로젝트, 그리고 그 주축이었던 KWS, 시노 등 몇몇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이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이 본인이 신경을 써서 그렸다고 말하는 피카티니 레일, 군장, 복장 주름 묘사 등을 의식해 그렸고, 뿌듯함을 따라 느꼈습니다.

  6. 이 시기에 그림을 정말 많이 그렸습니다. 특히 2016년의 여름방학에는 얇은 그림 연습장의 매 페이지를 여백없이 꽉 채워서 그려서 세 권 정도를 쌓아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집착이 강한 시기였고 그만큼 결과물을 많이 남겼는데, 고등학생 때 공책을 잃어버려 함께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7. 밀리터리 그림이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 맥락을 갖게 되는 것도, 진부한 밀리터리를 벗어나 언더테일 등 다른 그림 소재가 등장하는 것도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저 말고 다른 반 친구들도 좋아해줘서 자주 그렸고, 같이 올리지는 않았지만 겐지나 바스티온 등 오버워치 영웅을 그리면서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8. 중학교 3학년은 기억이 가장 선명한 시기입니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학교다운 학교에서 학생다운 학생으로 안정되게 살아간 마지막 해인 것 같아 특히 애착이 있습니다. 그림 속 정서에서도 주황 빛깔의 안정된 분위기가 유독 보입니다. 소재와 그림 구성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있고, 삶의 여유 덕인지 개드립이 곳곳에 적혀 있습니다.

  9. 2학기 가을의 어느 오후에 남자 셋, 여자 셋 정도 모여 떠들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때, 그중 한 명이 이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나중에 경찰이나 하는건 어떨까”라고 조용히 읊조리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별 거 아닌 내용이지만 이 그림이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10. 아카이브로 남기는 도중 고등학생 때의 연습장도 같이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릴 게 없을 때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은 중3때 처음 등장해 고등학생 때를 거쳐 비교적 최근인 2022년경까지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의 첫 번째 디지털 드로잉 모음 글에서도 초안부터 함께한 이미지 캡션 중 ‘진짜 할 거 없을 때 그리는 그림’이 있고, 아마 그 연장선입니다. 어떤 무의식을 발견한 것 같아 놀랐습니다.

  11. 예나 지금이나 그림체, 선을 다루는 역량은 이 시기에 거의 완성되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향후 2년 안에 고등학생 때 그림도 마찬가지로 아카이브화해서 올리겠지만 중학교 3년동안의 변화만큼 큰 차이는 잘 없습니다. 아마 지금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고등학생이어서 여유가 없던 탓도 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작은, 그리고 짧은 변곡점이었습니다.